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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25일 한국 땅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쏘아 올린 위성발사체 나로호는 결국 실패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발전 과정을 들여다보면 성공이란 실패의 일상에서 천 년에 한번 피는 우담바라와도 같다. 찰나와 같은 단 한 번의 빛나는 영광을 위해 천년을 기다리는 것이 곧 과학자들의 숙명이다.

 

 

나로호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로켓 발사의 꿈은 계속된다

이번에 우리가 쏘아 올리려고 했던 발사체, 나로호는 로켓이다. 총이나 대포는 화약을 터뜨리는 초기 추진력으로만 비행을 하지만 로켓은 이와는 달리 발사체 자신이 추진력을 낼 수 있다. 이번 나로호 발사에서도 보았듯이 지금 우리는 우주 선진국들에 많이 뒤쳐져 있다. 그러나 한때 조선조 세종 시절에는 서양보다 훨씬 앞서 신기전이라는 일종의 로켓을 만들기도 했다.

 

 

로켓의 원리는 뉴턴의 제3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

로켓이 자체 추진력을 얻는 원리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뉴턴의 제3법칙이기도 하다. 뉴턴에 의하면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항상 존재한다.

즉 두 물체가 서로에게 미치는 힘은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다.”

 

 

여기서 작용(action)이란 엄밀하게 말해서 운동량(momentum)에 해당하는 물리량으로서 물체의 질량과 속도의 곱으로 주어진다. 뉴턴은 자신의 제2법칙에서 힘이란 운동량의 시간에 대한 변화라고 한 바 있다.

 

조선시대의 로켓, 신기전의 발사를 재현한 광경(왼쪽),
나로호의 발사 모습,지면으로 분출되는 가스의 반작용으로 하늘로 치솟고 있다.(오른쪽)

 

그러니까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풀어서 말하자면 이렇다. 고립된 물리계에서 운동량이 생긴다면 그와 똑같은 크기의 운동량이 반대 방향으로도 생긴다. 이렇게 생긴 운동량의 시간에 따른 변화가 곧 힘으로서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다. 로켓의 운동을 다시 생각해 보자. 로켓은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자기 몸체 안의 연료를 엄청난 속도로 밀어낸다. 원래 연료와 로켓은 하나의 고립된 계이므로 연료를 밀어내면 로켓은 그 반대방향의 반작용을 얻는다. 즉 로켓의 추진력은 연료를 단위 시간당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빠르게 분사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로켓의 경우는 마찰이 거의 없는 빙판 위에 서 있는 사람의 경우와 비슷하다. 이 사람이 빙판을 빠져 나오려고 아무리 혼자 발버둥을 쳐도 결코 자신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신체적인 작용을 취하면 자신의 몸에서 항상 반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빙판을 벗어나려면 옷이든 소지품이든 자기 몸에서 뭔가를 몸 밖으로 버려야만 한다. 그러면 그 반작용으로 자신의 몸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태양이 지구를 당기는 힘과 지구가 태양을 당기는 힘은 크기가 같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도 작용-반작용은 적용된다. 지구와 태양은 뉴턴의 만유인력에 의해 서로를 끌어당긴다. 이 때 지구가 태양을 끌어당기는 힘과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의 크기는 똑같으며 방향은 서로 반대이다.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힘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구심력의 역할을 한다. 이 때 지구가 공전하는 중심은 엄밀하게 말해서 태양과 지구의 질량중심이다. 질량중심이란 쉽게 말해서 양팔저울에 태양과 지구를 올려 놓았을 때 저울의 팔을 수평으로 유지하는 받침대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지구가 지구-태양의 질량중심을 중심으로 공전하듯이 태양도 이 질량중심점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그러나 태양의 질량이 지구의 질량에 비해 워낙 크기 때문에 지구-태양의 질량중심점은 태양의 내부에 있다.

 

지구-태양과 달리 두 천체의 질량이 엇비슷하면 두 천체는 이들의 질량중심을 중심으로 모두 공전한다. 두 개의 별이 모여 이런 구조를 이룬 것을 쌍성(binary star)이라고 한다.


질량중심은 말 그대로 어떤 계의 질량의 중심이다. 두 물체로 이루어진 계의 경우 질량중심에서 두 물체에 이르는 거리는 각 물체의 질량에 정확히 반비례한다. 즉 가벼운 물체는 질량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무거운 물체는 그만큼 가까이 떨어져 있다.


질량이 크게 다른 두 물체가 질량 중심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모습
<출처: Zhatt at wikipedia>

 

 

두 물체가 운동 할 때 외력이 없다면, 두 물체의 질량 중심은 변하지 않는다

가벼운 물체 m과 무거운 물체 M이 적당히 떨어져 있으면 이 두 물체의 질량중심은 M에 가까이 있으며 그 정도는 정확히 두 물체의 질량비율(m/M)에 해당한다. 만약 이 두 물체가 중력에 의해 서로를 끌어당긴다면 M이 m에 작용하는 힘과 m이 M에 작용하는 힘은 작용-반작용에 의해 그 크기가 똑같고 방향이 반대이다. 두 힘의 크기가 같기 때문에 m의 가속도는 M의 가속도보다 더 크다. (뉴턴의 제2법칙 F=ma) 이 때 m의 가속도가 큰 정도는 정확히 두 물체의 질량비율(M/m)과 같다. 따라서 m은 M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접근한다. 하지만 원래 m은 M보다 질량비율만큼 더 멀리 있었으므로 이 모든 과정에서 질량중심의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 결과는 당연한데 왜냐하면 m과 M을 하나의 계로 생각하면 전체 계에는 외력이 전혀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력이 작용하지 않으면 질량중심의 운동 상태는 변화가 없다. (관성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결과가 뒤틀린다. 만약 m이 M을 당기는 힘보다 M이 m을 당기는 힘이 2배 크다고 해 보자. 그러면 m은 앞서의 경우보다 가속도가 2배일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2배 빠른 속도로 M에 접근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질량중심은 더 이상 원래의 위치에 있지 못하고 M쪽으로 계속 이동한다. 이는 전체 계에 대한 관성의 법칙에 어긋난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보다 사과가 지구를 당기는 힘이 극히 미약할 것 같지만 두 힘은 똑같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원리적인 수준에서는 인간사에도 적용된다

'눈에는 눈,이에는 이'가 고대 바빌로니아 형법의 기본 원리였다.
그림은 당시의 재판 광경의 상상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적어도 원리적인 수준에서 우리 인간사에도 많이 적용되는 것 같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옛 속담은 작용-반작용의 전형적인 예이다. 물론 살다보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대체로 주는 만큼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이념이나 감성보다 철저하게 국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제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외교문제에서 흔히 등장하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 쪽이 어떤 행동을 취하면 반대편에서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행동을 따라서 취한다는 뜻이다. 이 때 반대편에서 취하는 행동은 상대방의 행동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처음의 행동이 과감하지 않으면 반대편의 상응조치 또한 과감해질 수가 없다.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만 털어갈 생각만 한다면 시장에서 오래 가지 못한다. 소비자를 감동시킬 줄 아는 기업은 그만큼 꼭 돌려받게 마련이다.

 

개인 간의 인간관에서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주위로부터 무조건 받기만 하려는 사람은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뭔가를 얻고 싶다면, 먼저 그만큼 베풀어야 한다. 같은 이치로, 자신의 삶이나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은 먼저 ‘액션’을 취해야 한다. 작용이 없는데 반작용이 있을 리가 없다. 우리가 먼저 액션을 취하는 그만큼, 딱 그만큼 우리의 삶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

 

 

 

 이종필 /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연구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입자물리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등과학원 물리학부의 연구원이다. 저서로는 [신의 입자를 찾아서],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가 있고, 역서로는 [최종이론의 꿈]이 있다.


발행일  
2009.10.09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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